비만 치료제 혁명: GLP-1 약물이 바꾸는 체중 관리의 미래
출처
- FDA Novel Drug Approvals (2025)
-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ATTAIN-1 & OASIS-4 trials (2025)
- Nature Medicine, EASO Guidelines (2025)
- BMJ, Systematic Review on GLP-1 Receptor Agonists (2024)
- WHO Obesity Statistics (2025)
- European Journal of Endocrinology (2024)
전 세계 비만 인구 6억 5000만 명 시대,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주사 한 방으로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할 수 있다는 비만 치료제가 의료계와 제약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비만, 더 이상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한다. 전 세계 성인의 30%가 과체중이며, 6억 5000만 명이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특정 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그동안 비만 치료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기적인 체중 감량에 실패했고, 의지 부족으로 치부됐다. 이제 과학은 비만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대사 질환임을 밝혀냈다.
게임 체인저, GLP-1 수용체 작용제
최근 승인된 비만 치료제들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라는 계열에 속한다. 이 약물들은 장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을 모방해 여러 경로로 작용한다.
작동원리
GLP-1 약물은 세 가지 주요 메커니즘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인슐린 분비 촉진과 혈당 조절: 식후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안정화한다.
식욕 억제: 뇌의 식욕 조절 중추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고 음식 섭취를 줄인다.
위 배출 지연: 음식이 위장에 더 오래 머물러 포만감이 지속된다.
약물별 효과, 얼마나 빠질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주요 비만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는 놀랍다.
티제파타이드 (Tirzepatide)
상품명: 마운자로(Mounjaro), 젭바운드(Zepbound)
투여: 주 1회 피하 주사
체중 감소: 72주 동안 최대 22.5% 감량
티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다. 2023년 11월 FDA가 만성 체중 관리용으로 승인했으며, 현재 승인된 약물 중 가장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
상품명: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
투여: 주 1회 피하 주사
체중 감소: 68주 동안 최대 15.9% 감량
세마글루타이드는 2021년 비만 치료제로 승인됐다.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용이지만, 체중 감량 효과로 오프라벨 처방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현상이 됐다.
리라글루타이드 (Liraglutide)
상품명: 삭센다(Saxenda)
투여: 하루 1회 피하 주사
체중 감소: 26주 동안 최대 8.0% 감량
2014년 승인된 1세대 GLP-1 약물로, 효과는 신약보다 낮지만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됐다.
경구용 약물도 곧 출시
주사 형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경구용 GLP-1 약물 개발이 활발하다.
2025년 9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두 건의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다.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 임상에서 참가자들은 72주 동안 평균 **11.2%**의 체중을 감량했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mg은 64주 동안 평균 13.6% 감량을 기록했다.
경구용 약물은 제조가 쉽고 유통이 간편하며, 환자 순응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위장 장애 부작용과 흡수율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부작용,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
GLP-1 약물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장 장애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47~84%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를 경험했다. 대부분 경미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지만, 일부 환자는 복용을 중단했다.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췌장염이 보고됐다. 오포글리프론 임상에서 5건의 경미한 췌장염이 발생했다. 갑상선 C세포 종양 위험에 대한 경고도 있다. 동물 실험에서 종양이 발견됐지만, 인간에게서는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환자의 병력, 특히 췌장염이나 갑상선 질환 이력을 면밀히 확인한 후 처방해야 한다.
접근성과 비용 문제
효과가 뛰어나도 가격이 장벽이다. 미국에서 월 비용은 약 1000~1300달러(약 130만~170만 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미용 목적 체중 감량을 보장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
2025년 8월 FDA는 최초의 제네릭 GLP-1 약물인 리라글루타이드 주사제를 승인했다. 제네릭 출시로 가격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상황은
국내에서도 삭센다, 위고비 등이 처방 가능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제한적이다.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에 비만 관련 질환이 있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 적용 기준 완화와 장기 처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약물이 전부는 아니다
GLP-1 약물은 강력한 도구지만 만능은 아니다. 유럽비만학회(EASO)는 2025년 10월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약물 치료는 식이요법, 운동, 행동 수정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 복용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연구가 계속 필요하다.
미래 전망
제약업계는 더욱 효과적인 약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GLP-1, GIP, 글루카곤 수용체를 모두 자극하는 삼중 작용제로, 48주 임상에서 최대 24.9%의 체중 감량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경구용 약물의 상용화, 제네릭 확대, 새로운 작용 기전의 약물 개발이 이어지면 비만 치료의 접근성과 효과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비만 치료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공중보건과 의료비 절감에도 중요하다. 유럽 국가들은 2020~2050년 비만 관련 의료비로 국가 예산의 약 8%를 지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GLP-1 약물은 비만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약물은 도구일 뿐, 근본적인 생활습관 개선과 사회적 지원 체계가 함께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Member discu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