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선, 드론 전투 최전선에 나선 여성들
장기전 속 여성 병력 7만 명·최전방 5,500명… 무인체계군 핵심 인력으로 부상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지 4년 가까이 지난 우크라이나에서 여성들이 드론과 전자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투 역할을 빠르게 맡고 있다. 후방 보급·간호·행정에 머물던 배치에서 벗어나, FPV(일인칭 시점) 공격 드론과 정찰 드론, 전자전 장비 운용 등 기술 기반 전투 보직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1]
AP통신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과 수도 키이우 인근 부대를 취재해 드론 조종·정비·전자전 임무를 수행하는 여성 병사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콜사인(무전명) ‘몽카(Monka)’로 불리는 26세 여성 병사는 그중 하나다. 해외에서 레스토랑 관리 업무를 하던 그는 러시아 침공 이후 귀국해 우크라이나 육군 제3군단 소속 무인체계 대대에 합류, 단거리 FPV 공격 드론 조종사로 복무 중이다.[1]
몽카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탄약을 손에 들고 최전방까지 뛰어가지 않고도, 기술을 이용해 목표물에 탄두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전장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1]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군에 복무하는 여성은 7만 명 이상으로, 2022년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최전방 배치 인원은 5,500명 이상으로 집계된다.[1] 키이우 군 수뇌부와 현장 지휘관들은 이를 “장기전을 대비해 가용 인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한 장교는 “이제 군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성별이 아니라, 드론·IT·공학을 다룰 줄 아는 ‘두뇌’”라고 말했다.[1]
전선에서는 경력 전환을 통해 드론 부대에 합류한 사례도 잇따른다. 콜사인 ‘임라(Imla)’로 불리는 여성 병사는 프로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처음에는 전투 의무병(메딕)을 목표로 입대했다가 군이 제공한 드론 운용 교육을 계기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소형 정찰 드론 조종으로 시작해 폭탄을 탑재한 중형 드론 운용까지 담당하며 현재 전담 드론 운용 병사로 활동하고 있다.[1]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과의 충돌도 남아 있다. ‘야하(Yaha)’라는 콜사인을 가진 여성 병사는 2023년 입대 당시 문서 업무를 맡는 사무병으로 배치됐다. 석 달 뒤 드론 교육을 신청했지만 상급자로부터 **“취사병(조리사)으로 옮겨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1] 그는 이를 “불쾌한 경험”으로 기억하면서도, 조리병으로 일하는 동안 개인 비용으로 조종기를 구입해 시뮬레이터로 훈련을 이어갔다. 결국 9여단(9th Brigade) 소속 폭탄 투하용 드론 조종사로 전환 배치됐다.[1]
야하는 “전쟁은 멋있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고통과 상실, 상처뿐”이라며 “그저 상황을 바꾸고 싶어서 이 일을 할 뿐이고, 우리 모두는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1]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하르티야(Хартія, Khartiia) 군단은 여성 병력 확대를 위해 별도의 모집 캠페인을 운영 중이다.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 재단(Dignitas Foundation)’과 협력해 여성 지원자를 겨냥한 전투·기술 직군 채용 광고를 진행했고, 이 군단의 여성 병력은 2024년 이후 약 20% 증가했다.[1] 모집 직군에는 드론 운용, 정찰, 전자전, 탄도·포병 보조 등이 포함된다.
하르티야 군단 공보관 볼로디미르 데흐탸로우(Volodymyr Dehtyarov)는 “최근 몇 달 사이 수십 명의 여성이 전투 직무에 합류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이 전통적으로 ‘남성 영역’으로 여겨졌던 전투 직종을 여성에게도 열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1]
전선 근처 지하 시설에서는 여성들이 드론 정비·조립을 맡으며 전투를 뒷받침하고 있다. 콜사인 ‘치비(Chibi)’로 불리는 20세 여성 병사는 최전방 인근의 습한 지하실에서 FPV 드론을 조립·수리하는 기술자로 일한다. 그는 초기에 “여성이어서 기술적으로 뒤처질 것”이라는 시선을 받았지만,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숙련도를 높였고 지금은 “조종사보다 FPV 기술자 역할이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1]
한편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Unmanned Systems Forces) 대변인 올라 멜로쉬나(Olha Meloshyna)는 드론 부대가 다른 보직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드론 조종사와 통신 장비를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드론 기지와 조종 거점이 포격·공습의 집중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체계군 내 여성 인력 비중은 약 **4.2%**까지 늘었다. 멜로쉬나는 “전원이 자원 입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숫자”라고 평가했다.[1] 무인체계군은 현재 1만5,000명 규모의 신규 인력 모집 캠페인을 진행하며 남녀 구분 없이 전투·비전투 직군 전반에서 지원자를 받고 있다.
몽카는 “지금 전쟁은 단순한 국경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나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그래서 가능한 모든 사람이 자기 재능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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