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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데몬헌터스, 미국 박스오피스 1위…글로벌 문화 권력 이동 상징

영화 ‘KPop Demon Hunters’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와 주요 국가 동시 1위를 기록하며 K-팝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대중문화가 글로벌 문화 권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극장 비즈니스의 결합, 음악 산업과 영화 산업의 융합, 팬덤 주도의 참여형 소비 구조는 새로운 문화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문화 생산국을 넘어 글로벌 문화 기준을 제시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K팝 데몬헌터스, 미국 박스오피스 1위…글로벌 문화 권력 이동 상징
출처 - Netflix

2025년 여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KPop Demon Hunters’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K-팝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대중문화가 글로벌 문화 산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싱얼롱 극장판 형태로 정식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속 가상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Saja Boys)’가 발표한 OST는 공개 직후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실제 K-팝 그룹의 기록을 일부 넘어섰다. 가상의 그룹과 음악이 독립적인 IP로 소비되면서, K-팝 포맷 자체가 강력한 문화 상품이자 비즈니스 모델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KPop Demon Hunters는 공개 첫 주 미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브라질, 멕시코, 호주 등 최소 8개 국가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정 지역에 한정됐던 한류와 달리, K-팝과 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다수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비되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흥행이 서구 중심이던 문화 패권이 점차 다원화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한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아시아를 ‘큰 시장’으로 인식하며 배우 캐스팅이나 로케이션 선택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한국 신화와 동아시아 미학, K-팝 퍼포먼스 문법을 전면에 내세운 채 북미와 유럽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제작 과정에서도 영화사와 음악 레이블, 한국계 창작진 간 협업 구조가 두드러진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K-팝 프로덕션 회사, 한국계 감독 매기 캉(Maggie Kang) 등이 참여해 스튜디오 시스템과 K-팝 제작 방식을 결합했다. 그 결과 한 편의 영화가 동시에 글로벌 앨범 프로젝트이자 장기 IP 사업의 출발점으로 설계됐다.

수익 구조 역시 다층적이다. 극장 흥행과 스트리밍 시청뿐 아니라 OST 음원 매출, 향후 콘서트 및 라이브 이벤트, 캐릭터 상품화 등으로 수익원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영화-음악-팬덤”을 한 축으로 묶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모델의 시험대가 됐다고 평가한다.

팬덤의 참여 방식도 주목된다. 주요 국가 극장에서 열린 싱얼롱 상영에는 응원봉을 든 관객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온라인에서는 영화 속 안무를 따라 하는 커버 영상과 캐릭터 팬아트, 2차 창작물이 확산됐다. 한 문화 상품을 관람에 그치지 않고 재생산과 공유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K-팝식 소비 패턴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 모습이다.

이번 흥행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 무속 신앙, 민화, 한복 등의 요소가 해외 관객의 관심을 끌면서 관광과 연관 산업으로 이어질 잠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화 속 무대가 된 서울과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정보를 묻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K-팝과 이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가 “소프트 파워”를 구체적인 경제·산업 효과로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본다. 개별 아티스트와 작품의 성공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문화 기준과 미학을 제시하는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할리우드가 사실상 독점하던 문화 영향력이 21세기 들어 여러 거점으로 분산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화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한국 콘텐츠 제작 환경에도 과제를 던졌다고 본다. 전통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리서치와 현대적 재해석, 해외 파트너와의 공동 제작 확대를 통해 한국 창작진이 주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국내에서 완성한 콘텐츠를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K-팝과 관련 콘텐츠의 성장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주목한다. 영화와 음악을 계기로 한국 관광, K-뷰티·패션, 한국어 교육 등 연관 산업이 동시에 주목받는 ‘연쇄 효과’가 반복될 경우, 문화 콘텐츠는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팝을 중심으로 한 한국 대중문화는 이미 전 세계에서 하나의 장르이자 기준점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는 창작과 투자, 유통 구조 전반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