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호르몬 치료, 언제 시작하는 게 유리할까?
폐경 후 10년, 60세 이전이 관건…
연령·시점·기저 위험에 따라 달라지는 호르몬 치료의 균형점
갱년기 호르몬 치료는 20년 넘게 “가능하면 피해야 하는 치료”로 인식돼 왔습니다. 2002년 미국 여성건강이니셔티브(WHI, 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에서 유방암·심혈관질환 위험 증가가 보고된 뒤였습니다.[1]
하지만 이후 축적된 추가 분석과 후속 연구들은, 이 결론이 모든 여성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폐경 후 10년 이내, 60세 미만 여성에게는 위험보다 얻는 이득이 클 수 있다는 평가가 국제 학회와 연구자들 사이에서 점차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2][3]

갱년기와 함께 호르몬 환경은 크게 변합니다. 난소에서 분비되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안면홍조·야간 발한 같은 혈관운동 증상부터 수면장애, 기분 변화, 질건조·성교통, 골밀도 감소까지 다양한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납니다.[4] 호르몬 치료는 이때 부족해진 호르몬을 외부에서 적정량 보충해 증상을 완화하고, 일부 장기에서 노화 속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02년 WHI 연구는 이러한 치료에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평균 연령 63세, 폐경 후 시간이 상당히 지난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궁이 있는 집단에는 합성 에스트로겐과 합성 프로게스틴 병합 요법을, 자궁이 없는 집단에는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을 투여해 심혈관질환·암·골절 발생을 추적했습니다.[1] 연구진은 관상동맥질환과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 효과를 기대했지만, 병합 요법 군에서 유방암, 심근경색, 뇌졸중, 정맥혈전증이 증가하는 신호가 관찰되면서 시험은 조기 종료됐습니다. 이 결과는 “호르몬 치료, 유방암·심장병 위험 높인다”는 헤드라인으로 전 세계에 퍼졌고, 이후 호르몬 치료 처방은 급감했습니다.
그러나 WHI의 1차 결과는 두 가지 중요한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첫째, 참가자의 평균 연령이 63세로, 상당수가 폐경 후 10년 이상 지난 집단이었다는 점입니다. 둘째, 연령과 폐경 경과 시점에 따라 위험과 이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세부 분석이 나오기도 전에, “모든 연령의 여성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결론”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입니다.
이후 20여 년간 의학계는 WHI 자료에 대한 연령·시점별 하위 분석과 여러 관찰 연구, 메타분석을 통해 이 공백을 메우려 했습니다.[3][4]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타이밍 가설(timing hypothesis)’입니다. 폐경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시작된 호르몬 치료와, 폐경 후 수십 년이 지난 뒤 시작된 치료는 심혈관계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분석 결과, 폐경 후 10년 이내이거나 60세 미만 여성에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는 크지 않거나 일부 분석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위험 감소 신호도 관찰됐습니다.[5] 반대로 폐경 후 20년 이상 경과했거나 60대 후반·70대 이후에 처음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집단에서는, 이미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 환경에서 혈전·뇌졸중·심근경색 위험이 더 분명하게 증가하는 양상이 보고됐습니다. 같은 호르몬 치료라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위험–이득 비가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유방암 위험에 대한 평가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WHI 병합 요법 군에서는 장기 사용 시 유방암 발생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상대위험은 대략 1.2~1.3배 수준으로 보고됐습니다.[1] 이는 “호르몬 치료를 하면 누구나 유방암에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각 개인이 이미 가지고 있는 유방암 기저 위험이 일정 비율만큼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가족력, BRCA와 같은 유전자 변이, 비만, 음주 습관 등 요인에 따라 같은 ‘1.3배’ 증가라도 실제 추가 발생 건수, 즉 절대위험의 크기는 달라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궁이 없어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을 사용한 WHI 집단에서는 일부 분석에서 유방암 위험 감소 신호가 관찰됐다는 사실입니다.[1] 같은 “호르몬 치료”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병합 요법과 단독 요법은 전혀 다른 위험 프로파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는 모두 유방암을 높인다”는 단정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호르몬 치료의 이득 가운데 가장 확실히 입증된 것은 갱년기 증상 완화입니다. 중등도 이상의 안면홍조, 야간 발한, 수면장애, 질건조·성교통 등으로 일상생활과 수면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경우, 호르몬 치료는 여러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평가됩니다.[4] 에스트로겐은 골흡수 억제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시험과 관찰 연구에서 골밀도 유지와 골다공증성 골절 감소 효과 역시 보고돼 왔습니다.[6] 다만 오늘날에는 골다공증을 위한 전용 약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지 골밀도만을 이유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보다는, 심한 갱년기 증상과 골다공증 위험이 함께 큰 경우 부가적인 이득으로 고려하는 방향이 주류를 이룹니다.
심혈관질환과 인지 기능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태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일부 관찰 연구와 WHI 하위 분석은 폐경 직후 50대 여성의 호르몬 치료가 관상동맥질환 위험 감소와 연관된다는 신호를 제시하지만,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목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권고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 리뷰와 학회의 공통된 입장입니다.[7][2]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늦은 연령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인지 기능 악화와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들이 있어, “인지 보호를 위한 호르몬 치료”는 현 시점에서 권고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근거들을 토대로 여러 국제 학회와 연구자들은 호르몬 치료에 대해 일종의 “기회 창(window of opportunity)” 또는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3][5] 폐경 초기, 특히 50대 초반은 아직 혈관과 심장 상태가 크게 손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위험과 이득의 균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기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폐경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60대 후반 이후에 처음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특히 심혈관·뇌혈관 고위험군에게 이득보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50·60대 한국 여성에게 이 논쟁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호르몬 치료는 과거 일부 언론이 그렸듯 “모든 여성에게 위험하기만 한 치료”도 아니고, 일부 광고에서 묘사하듯 “노화를 되돌리는 만능 해법”도 아닙니다. 증상이 심한 폐경 초기 여성에게는 삶의 질과 일부 장기 건강을 개선하는 유효한 옵션이 될 수 있지만, 나이, 폐경 경과 기간, 동반 질환, 가족력에 따라 위험과 이득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따라서 실제 진료실이나 정보 탐색 과정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호르몬 치료를 할까, 말까”라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닙니다. 나는 지금 폐경 후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폐경 후 10년 이내인지, 이미 20년이 지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유방암·심혈관질환·혈전증에 대해 어떤 기저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가족력과 과거 병력, 흡연·음주·비만·고혈압·당뇨 같은 생활습관 요인은 어떤지 살펴야 합니다. 현재 겪는 갱년기 증상이 삶의 질과 수면을 실제로 얼마나 방해하는지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르몬 치료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호르몬 치료, 비(非)호르몬 약물, 골다공증·심혈관질환 전담 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을 어떤 조합으로 가져갈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번 글은 그 설계를 위한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이어지는 연재에서는 같은 50대 여성이라도 누가 호르몬 치료의 이득을 더 크게 보는지, 누구에게는 위험이 더 큰지, 한국 5060세대에 흔한 위험인자와 병력을 기준으로 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이 콘텐츠는 국제 및 국내의 공신력 있는 학술지, 연구 보고서, 공중보건·의학 관련 기관 자료 등을 바탕으로 수집·정리된 정보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이 FACT1377 편집 기준에 따라 작성·재구성한 글입니다. 기사에 인용된 연구와 수치는 가능한 한 최신의 동료평가(peer‑review) 논문과 공식 통계를 우선적으로 참조했으며, 개별 치료 선택은 반드시 독자의 주치의 또는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 글에 사용된 주요 연구와 자료의 상세 출처는 본문 내 인용 링크 및 추후 제공될 참고 문헌 표기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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