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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 분석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이 한국 디지털 금융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통한 웹3.0 인프라 구축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며, 이는 결제 및 해외 송금 서비스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규제와 기업 가치 평가 등 여러 도전 과제가 남아 있으며,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한국 금융 시스템의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 분석

웹3.0·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으로 한국 금융지형 재편하나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디지털 금융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과 전통 금융을 잇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주식 교환 방식으로 편입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이번 거래가 단순한 핀테크 M&A를 넘어 한국형 웹3.0 금융 인프라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외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11조~16조원 수준, 네이버파이낸셜을 3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것으로 알려진 교환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신주 약 2.4주 수준으로, 표면상으로는 네이버 계열 편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 금융 사업의 핵심을 장악하는 ‘역(逆) 인수’에 가깝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결제·커머스·검색을 장악한 ‘빅테크 모델’과 블록체인·가상자산 인프라를 쥔 ‘웹3 모델’이 한 몸이 되는 셈이다.

합병의 배경에는 양측의 성장 한계와 전략적 필요가 동시에 자리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3,000만명 수준의 사용자 기반과 연간 50조원 안팎의 쇼핑 거래액을 바탕으로 간편결제·대출·보험으로 사업을 넓혀왔지만, 규제 환경과 수익성 제약 탓에 다음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반면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나, ‘투기성 자산’이라는 인식과 규제 리스크로 인해 일상 경제와의 연결, 제도권 편입에 한계를 느껴왔다. 네이버는 디지털 자산·웹3 인프라를, 두나무는 제도권 결제망과 대규모 사용자 네트워크를 필요로 했고, 그 접점이 이번 합병이라는 것이다.

두나무가 최근 공개한 웹3 인프라 전략은 합병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다. 두나무는 2025년 업비트 디콘퍼런스(UDC)에서 이더리움 레이어2 기반으로 설계된 자체 블록체인 ‘GIWA 체인’과 디지털 자산 지갑 ‘GIWA 월렛’을 공개하며, 단순 거래소를 넘어 글로벌 웹3 인프라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GIWA 체인은 거래소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던 기존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디파이, NFT, 디지털 증권, 온체인 결제 등을 수용하는 범용 인프라를 지향한다. 여기에 네이버 ID·네이버페이·네이버 쇼핑이 결합할 경우, 웹2 환경에서 로그인한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GIWA 월렛을 통해 웹3 자산과 서비스로 이동하는 ‘웹2→웹3 온보딩 허브’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과 규제 당국이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복수의 국내 보도와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 편입 이후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이를 활용한 결제·해외송금·투자 서비스 전개를 핵심 전략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상에서 법정통화 가치를 추종하는 디지털 토큰으로, 카드·계좌이체 기반 결제에 비해 정산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 부담이 낮다는 점에서 결제 인프라 혁신의 핵심 도구로 꼽힌다. 특히 네이버페이 결제망과 네이버 쇼핑·예약·콘텐츠 구독 서비스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국내 온라인·오프라인 가맹점 결제는 물론, 글로벌 플랫폼과 디파이, 해외 가맹점까지 하나의 디지털 원화 네트워크로 엮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정책 환경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깝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그동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에 무게를 두었다가 최근에는 속도를 늦추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 정리에 나선 상태다. 현재 국회와 정부 부처, 한국은행 사이에서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주도해야 하는지, 빅테크·핀테크·블록체인 기업도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권한 다툼이 진행 중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우리은행·BDACS의 아발란체 기반 프로젝트, 네이버–두나무 축, 글로벌 프로젝트와 연계된 FRAX–IQ 등 복수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도가 규제보다 앞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네이버–두나무 합병은 이 경쟁 구도에서 빅테크–웹3 연합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로 해석된다.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금융 시스템의 구조는 은행 중심 원화 인프라에서 빅테크–웹3 인프라와 병행하는 이원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 계좌와 카드, VAN, 통신사가 연결된 폐쇄형 결제·정산망이 사실상 유일한 인프라였다. 그러나 네이버페이와 GIWA 체인이 결합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가 상용화되면, 원화 자금이 온체인으로 이동해 국내 가맹점, 해외 서비스, 디파이, NFT 마켓플레이스 등으로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자금 흐름이 생길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결제와 해외송금, 투자 상품 중심으로 쓰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급여, 공공요금, 세금 납부와 같은 공적 영역과 대출·신용창출로 확대될 경우, 은행 중심의 화폐·신용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수준의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네이버–두나무 결합은 이른바 ‘한국형 슈퍼 앱’ 전략과도 맞물린다. 네이버는 이미 검색, 메신저, 블로그, 카페, 웹툰, 쇼핑, 지도 등 일상 대부분의 디지털 접점을 쥐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페이가 자산 관리와 결제의 중심 지갑 역할을 하고, 업비트와 GIWA 월렛이 가상자산·토큰화 자산을 포괄하면, 소비·저축·투자·콘텐츠 소비·팬덤 활동이 하나의 계정과 지갑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된다. 특히 네이버웹툰·웹소설 IP가 NFT나 온체인 멤버십으로 확장될 경우, 이용자는 웹툰·소설을 보는 동시에 해당 IP에 투자하거나, 팬덤 활동을 토큰 형태로 보상받는 등 금융과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 전략 차원의 의미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미 엔비디아 블랙웰 GPU 26만개 도입 등으로 미국 외 지역 가운데 최대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며, AI·고성능 컴퓨팅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업비트를 통한 글로벌 크립토 유동성과 GIWA 체인 기반 웹3 인프라, 네이버의 글로벌 서비스·콘텐츠 IP가 결합하면, 한국은 AI와 웹3 인프라가 동시에 밀집한 복합 디지털 경제 허브로 자리잡을 여지가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시아 디파이 시장이나 글로벌 거래소, AI 데이터·모델 마켓플레이스의 결제 수단으로 쓰이게 될 경우, 원화의 디지털 영향력은 현재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실제로 성사되고 계획된 웹3·스테이블코인 전략이 구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기업가치 평가와 교환비율을 둘러싼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모회사·재무적 투자자 간 이해 조정이 필요하다. 두나무 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의 두세 배에 달한다는 시장 인식은 기존 네이버파이낸셜 주주의 지분 희석과 지배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어, 교환비율 협상과 상장·재상장 시점, 향후 해외 상장 옵션 등과 맞물려 복잡한 지배구조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규제·감독 측면에서도 금융안정성과 소비자보호, 데이터 독점 이슈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하나의 기업집단 안에 대형 결제망,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발행·운영체계, 웹3 인프라까지 집중되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블록체인 리스크가 한 지점에 겹쳐질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지갑 안에 원화 예치금, 스테이블코인, 고위험 가상자산, NFT 등이 함께 담길 경우, 손실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보상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어떤 자산을 어떤 규제 틀로 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검색·커머스·콘텐츠·금융·온체인 거래 데이터가 한 플랫폼에 집적되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와 개인정보보호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한국 디지털 금융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에도, 빅테크와 웹3 인프라 기업, 은행과 규제당국 사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서 되돌아갈 수 없는 변곡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 논의는 개별 기업의 성장 전략을 넘어, 한국이 전통 은행 중심 금융 시스템과 빅테크·웹3 기반 디지털 금융 질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규칙과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인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