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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한파, 반려동물도 추워요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저체온증·동상·중독 위험에 노출된다
영하 한파, 반려동물도 추워요
Photo by freestocks / Unsplash

겨울 한파가 이어지면서 도시 아파트에서 지내는 반려동물의 안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수의사 단체와 동물보호 단체들은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저체온증·동상·중독 위험에 노출된다”며, 겨울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아이에게 해주듯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1]

전문가들은 “날씨 대비는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반려동물이 집 안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실내 난방 온도를 낮추거나, 베란다·옥상·아파트 단지 산책로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차가운 바닥과 바람, 제설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1]


0도 전후부터 동상·저체온증 위험…“짧게, 자주”가 원칙

수의사들은 개가 섭씨 0도 안팎의 기온에서 이미 동상과 저체온증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1] 특히 몸집이 작은 소형견, 나이가 많은 노령견, 심장질환·관절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개는 체온 유지 능력이 떨어져 한파에 더 취약하다.

젖은 털과 눈·비에 노출된 피부는 귀·꼬리·발바닥 같은 말단 부위의 온도를 빠르게 떨어뜨린다. 동상 자체는 바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더라도, 이어지는 저체온증은 치료가 늦을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1]

미국수의학협회는 개의 체온이 섭씨 37도(화씨 98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가벼운 저체온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본다. 떨림, 반응 저하, 호흡·심박 변화 등이 신호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뜨거운 물이나 난로로 과하게 데우기보다는, 이상 징후가 보이면 가급적 빨리 동물병원에서 점진적으로 체온을 올리는 치료를 받도록 권고한다.[1]

한파가 심한 날 산책은 “길게 한 번”보다 “짧게 여러 번”이 원칙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보호자들이 대화를 나누며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으면, 반려견은 움직이지 못한 채 찬 바닥과 바람을 그대로 견뎌야 해 위험이 커진다.[1]


제설제·부동액, 아파트 단지 주변의 ‘위험한 독소들’

겨울철 아파트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위험 요소로는 제설제와 자동차 부동액이 꼽힌다.

보도와 진입로에 뿌리는 제설용 소금과 화학 제제는 발바닥을 건조하게 만들고 갈라지게 할 수 있다. 산책 후 발을 핥는 습관이 있는 개라면, 남은 제설제와 이물질이 위장 자극과 소화 장애,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1]

주차장과 도로 주변에 흘러나온 자동차 부동액(엔진 냉각수)도 치명적이다. 부동액에 포함된 에틸렌글리콜은 소량만 섭취해도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1] 더 문제는 이 물질이 개에게는 달콤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어, 반려견에게는 오히려 “맛있는 물웅덩이”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의사들은 차 아래 바닥과 주차장 주변을 정기적으로 살펴 새어 나온 흔적이 없는지 확인하고, 부동액 용기는 뚜껑을 꼭 닫아 잠긴 공간에 보관하라고 당부한다.[1]

전문가들은 겨울철 산책 코스를 정할 때 제설제가 많이 뿌려지는 구간·차량 통행이 잦은 구간을 피하는 루트를 따로 만들어 두고, 산책 후에는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발바닥을 닦아 남은 제설제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생활 습관으로 만들 것을 권장한다.[1]


“옷·부츠는 패션이 아니라 안전 장비 될 수 있어”

반려견 옷과 부츠를 두고 “과한 꾸밈이냐, 필요한 보호 장비냐”는 논쟁은 국내에서도 자주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모든 개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반려견에게 옷과 부츠는 실제로 안전을 지키는 장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몸집이 작은 견종, 털이 짧거나 거의 없는 견종, 나이가 많은 개,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앓는 개, 배가 낮아 눈·비바닥에 쉽게 닿는 견종은 한파에 특히 취약하다.[1] 이 경우 방수 재질의 외투와 발을 보호하는 부츠·양말·왁스 등이

  • 빙판길 미끄럼 사고,
  • 동상과 발바닥 갈라짐,
  • 제설제와 얼음 조각으로 인한 상처

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1]

다만 옷을 고를 때는

  •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지,
  • 목·겨드랑이·다리 부위에 쓸림이 없는지,
  • 리드줄·하네스를 연결할 수 있는 구조인지

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옷과 장비에 익숙하지 않은 반려동물이라면, 실내에서 짧은 시간씩 착용해 보고 간식과 칭찬을 함께 주며 천천히 적응시키는 방식이 권장된다.[1]


“너무 추운 날엔 실내에서 머리와 몸을 함께 쓰는 놀이 필요”

한파가 심해 외출이 어렵거나 위험한 날에는 실내 활동이 중요한 대안이 된다. AP통신이 소개한 미국 사례에서 보호자들은 퍼즐 장난감, 후각 놀이, 복도 달리기, 얼린 간식 장난감 등으로 반려동물의 에너지를 소모시킨다.[1]

사료나 간식을 집 안 여러 곳에 숨겨두고 찾게 하는 후각 놀이는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간식이 나오는 퍼즐 장난감, 요거트·땅콩버터·사료 등을 넣어 얼린 장난감은 반려동물의 집중을 오래 끌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1]

전문가들은 겨울철에는 “몸만이 아니라 머리도 함께 피곤하게 해 주는 놀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내 활동이 반려동물의 행동 문제를 줄이는 동시에, 보호자에게도 “밖에 못 나가서 미안하다”는 죄책감 대신 “함께 시간을 잘 보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1]


정전·폭설 대비 ‘반려동물 비상 키트’ 준비 권고

한파와 함께 정전·폭설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수의사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용 비상 키트를 미리 준비해 둘 것을 제안한다.[1]

권장 품목은 다음과 같다.

  • 최소 3일분 이상의 사료와 물
  • 평소 복용하는 약
  • 이동장과 여분의 목줄·리드줄
  • 담요와 기본 위생용품 등[1]

농가와 축사를 운영하는 보호자의 경우, 가축이 서 있는 바닥을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하고, 물이 얼지 않도록 가열 장치나 보온 장치를 사용하는 것 역시 기본 수칙으로 제시된다.[1] 눈과 얼음이 쌓이면 평소 지형지물이 가려져 동물이 길을 잃기 쉬운 만큼, 반려동물에게 마이크로칩과 인식표를 부착해 신원 확인 수단을 마련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1]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반려동물에게도 같은 기준 적용해야”

AP통신에 조언을 제공한 미국 수의사들은 “겨울철 준비 원칙은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1] 영하의 날씨에 아이나 노부모를 베란다·옥상·찬 바닥에 오래 두지 않듯, 반려동물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위를 줄이기 위한 짧은 산책 조정, 제설제·부동액 회피, 실내 놀이 레퍼토리 확보, 비상 키트 준비 등은 모두 큰 비용 없이 실천 가능한 조치들이다. 전문가들은 “오늘 10분의 준비가 나중에 응급 진료비와 후회를 막아 줄 수 있다”며, 겨울철에는 사람과 함께 사는 모든 동물을 포함한 ‘가족 전체의 겨울 대비 계획’을 세워 볼 것을 권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