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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많으면 천천히 늙는다—돌고래 연구가 증명한 '관계의 과학'

은퇴 후 사람 만나는 게 귀찮아 집에만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매주 골프, 등산 모임을 빠뜨리지 않는 분들도 계시죠. 이 차이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생물학적 노화 속도'와 직접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친구가 많으면 천천히 늙는다—돌고래 연구가 증명한 '관계의 과학'
Photo by redcharlie / Unsplash

은퇴 후 모임에 나가는 게 귀찮아 집에만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하다"는 말씀을 하시죠. 반대로 매주 골프 약속, 등산 모임, 친구들과의 점심을 빠뜨리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겉보기엔 취향 차이 같지만,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 차이가 단순히 성격이 아니라 '생물학적 노화 속도'와 직접 연결돼 있다고 합니다.[1]

연구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돌고래였지만, 결과는 우리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친구가 있는 돌고래는 세포 단위에서 더 천천히 늙었습니다.

돌고래 우정 실험—38마리, 50개 세포 샘플의 비밀

UNSW 연구팀은 서호주 샤크베이에 사는 수컷 큰돌고래 38마리에서 피부 조직 샘플 50개를 채취해 분석했습니다.[1] 연구 책임자인 리비아 거버(Livia Gerber) 박사는 수년간 이 돌고래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누가 누구와 자주 붙어다니는지 기록했습니다.

돌고래는 단순히 무리 지어 사는 게 아닙니다. 수컷들은 특정 친구와 수십 년간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사냥하고, 파도타기를 즐기고, 나란히 쉬고, 서로를 보호합니다.[2] 거버 박사는 이를 "유치원 때 만난 친구가 학교, 직장, 은퇴 후까지 함께하는 인간 관계"에 비유했습니다.[1]

'후성유전학적 시계'로 측정한 생물학적 나이

이번 연구의 핵심 도구는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입니다.[3] 기존 연구들이 태어난 날짜로부터 계산한 '달력 나이'를 썼다면, 이번엔 DNA 마커를 분석해 세포가 실제로 얼마나 늙었는지를 측정했습니다.

사람에게도 이미 쓰이는 방법입니다. 공해, 우울증, 사회적 고립이 생물학적 나이를 높이고, 긍정적인 관계가 나이를 낮춘다는 사실이 입증돼 있습니다.[4] 연구팀은 이 기술을 야생 돌고래에 적용해, "친구가 많고 유대가 강한 돌고래일수록 생물학적 나이가 낮다"는 결과를 Communications Biology 저널에 발표했습니다.[5][6]

친구가 없으면 스트레스가 노화를 앞당긴다

친구 없이 혼자 사는 돌고래는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 먹이를 혼자 사냥하고, 짝짓기 경쟁에서 지원군 없이 맞서고, 상어 같은 포식자를 혼자 피해야 합니다.[1]

거버 박사는 "친구가 있으면 삶의 도전이 훨씬 감당할 만해진다"며, "사회적 연결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트레스가 노화의 주요 동인(動因)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친구가 노화를 늦춘다"고 설명했습니다.[1]

인간만의 특권이 아니다—사회적 포유류 공통 원리

"우정의 건강 효과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포유류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생물학적 원리"라고 거버 박사는 강조했습니다.[2][1] 그는 코끼리, 영장류, 늑대 등 지속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동물들에서도 같은 패턴이 발견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연구는 처음으로 강한 사회적 유대가 생물학적 노화를 실제로 감소시킨다는 점을 세포 수준에서 증명했습니다.[1]

5060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이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의미 있는 관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잘 먹고 운동하는 것만큼—어쩌면 그 이상으로—중요한 건강 습관입니다.[1]

이번 주부터 시도해볼 수 있는 행동:

  1. 오래된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기 — 카톡 대신 전화, 가능하면 직접 만나 밥 한 끼
  2. 정기 모임 하나 만들거나 참여하기 — 주 1회 산책 모임, 월 1회 독서 모임도 충분합니다
  3. 관계의 깊이 점검하기 — 많은 지인보다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2~3명이 더 중요합니다

거버 박사의 표현처럼, 친구는 "서로의 등을 지켜주고 짐을 나눠지는" 존재입니다.[1] 혼자 사냥하고 혼자 상어를 피하는 외로운 돌고래처럼 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나이 들수록 건강검진 주기를 앞당기고, 영양제를 챙기고, 운동 계획을 짭니다. 하지만 "이번 주 누구를 만날까?" "어떤 관계를 더 깊게 가꿀까?"를 고민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돌고래 연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관계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우정은 세포 수준에서 작동하는 천연 항노화제라고. 오늘 저녁,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당신의 세포를 젊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출처

  • 원문: Phys.org, "Social connections slow aging in dolphins, echoing patterns seen in humans" (2025. 12. 15)[1]
  • 학술 논문: Livia Gerber et al., "Social bonds decrease epigenetic age in male bottlenose dolphins", Communications Biology (2025), DOI: 10.1038/s42003-025-09227-w[2][3]
  • 연구 기관: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UNSW), CSIRO[4]